주적은 불평등이다

도서명 주적은 불평등이다
저자명 이정전
비고 경제·사회|280쪽|신국판|2017년 5월 29일
가격 15,000 원


도서소개

금수저와 흙수저의 사회,
문제는 정치다


2017년 4월, 한 언론사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십니까?”라고 1512명에게 물었을 때 39.4%가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 돼 있는 사회”를 꼽았다. “힘없는 사람들도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라는 응답도 32.1%였다. 70%가 넘는 사람들이 불평등의 문제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이후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35.9%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갈등으로 ‘빈부 갈등’을 꼽았다.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참담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2013년 소득 상위 10%가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47.3%를 가져갔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이 수치가 3분의 1 정도였는데, 20년간 전세계에서 소득집중도가 가장 빠르게 상승해 지금은 주요국들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불평등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소득상위 1% 계층이 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4.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났다. 지난해 3대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또는 10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이 모두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니 국민들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며 좌절하는 것도 당연하다. 2014년 소득분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매우 불평등하다’(40.5%)는 답변과 ‘대체로 불평등하다’(36%)는 답변이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했는데, 국민들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불평등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제1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가 일자리와 비정규직 대책을 국정 제1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 가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엄동설한에 오돌오돌 떨면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 좀 더 근원적으로 보면 그 전대미문의 대규모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다. 그리고 그 시위는 우리 사회를 위에서부터 밑바닥까지 홀까닥 바꾸기를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5쪽

불평등은 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인가
저자는 불평등이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주적’이라고까지 말한다. 불평등은 그저 우리 사회에 있는 여러 사회악 중 하나가 아니다. 그런 온갖 사회악의 원인이며 그것을 악화시키는 온상이다.
각 국가를 비교해보면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범죄율이 높고, 질병이 많으며, 알코올 및 마약 중독자 비율도 높고, 국민들의 학력 수준도 낮다. 심지어 불평등이 높을수록 비만율이 높고 10대 임신이 많다는 통계도 있다. 가난보다도 불평등이 이런 사회병리 현상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실제로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이나 첨단 의료시설의 많고 적음은 국민의 건강지수와 기대수명과 큰 관계가 없다. 반면 불평등의 감소가 건강 수준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적인 사례는 영국에서 제1‧2차 세계대전 중에 민간인 기대수명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 시기의 기대수명 증가폭은 20세기 나머지 기간 증가폭의 2배를 넘는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전시에 평등주의 정책을 취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의 단합을 높인 효과라 한다. 범죄율의 경우에도 부자나라인 미국은 범죄가 매우 많은데 가난한 나라에서 범죄가 적은 것을 보면 빈곤의 절대적 수준보다 상대적 크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평등은 사회병리 현상을 불러올 뿐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킨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자료를 분석해보면 평등한 나라일수록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질문에 1960년대에는 60%에 가까운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1993년에는 긍정하는 답변이 37%에 불과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 정도도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낮고, 평등한 나라는 높았다. 불평등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많은 학자들의 경고다.
사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된다. 불평등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계층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지난 10여 년간 일 아니었는가. 그래서 분노하고 좌절한 청년들이 ‘헬조선’이니 ‘N포세대’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며 자조하고 있지 않은가. 위기의 주범인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머잖아 존망의 기로에 서리라는 것이 이 책의 경고다.

불평등에 대한 6가지 잘못된 생각
불평등이 이렇게 많은 해악을 일으킨다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간 정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불평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가 불평등 완화 정책의 도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대표적인 견해 6가지를 언급하고서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① 현실의 소득불평등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태도
놀랍게도 정부 고위관료 중에도 이렇게 그릇된 현실인식을 지닌 사람이 많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니계수를 비롯한 여러 지표에서 분배 구조의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자신이 보고 싶은 일부 통계만 보고 나머지에는 모두 눈 감는 것이다. 저자는 소득집중도, 10분위 배율(최상위 10%의 소득을 최하위 10%로 나눈 것), 자료를 보강해 다시 계산한 지니계수를 제시하여 이런 현실인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②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불평등이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가난한 이들을 더 게으르고 무력하게 만든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상가들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불평등은 정의롭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저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리주의, 롤스의 정의론을 검토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불평등은 어떤 관점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③ 누가 부자가 되고 누가 가난뱅이가 되느냐는 각자에게 달린 일이라는 생각
이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에서 이 원칙이 그런 대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기에 따라선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횡행하는 지금 현실에서 이런 인식은 터무니없이 낡은 것이다. 과거에는 계층 상승이 잘 이루어졌겠지만, 지금은 그 통로가 닫히고 있다.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2013년 75.2%에서 2015년에는 81.0%로 높아졌다. 실제로도 재산에서 상속과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이 자녀들의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계층간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

④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불평등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주장 중 하나가 인센티브(유인) 논리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수를 준다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불평등이 인센티브 효과를 줌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지난 20~30여 년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불평등과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보았지만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증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불평등이 심해졌지만 경제성장률이 오르기는커녕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기만 했다. 전세계 통계를 봐도 대체로 불평등 정도가 낮으면 경제성장률이 높고, 불평등 정도가 높으면 경제성장률이 낮은 패턴이 나타났다.

⑤ 불평등은 시장을 통해서 저절로 해소된다는 생각
시장의 원리를 강조하는 경제학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 이런 식의 주장을 자주 편다. 낙수효과도 이런 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간의 경험으로 이런 믿음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었지만 기대와 달리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했으며, 극심한 소득불평등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25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소득이 100% 증가할 때 최상위 10%의 소득은 2.1배 증가하는 반면 최하위 10%의 소득은 1.75배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장을 통해 불평등이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커져나갔다는 것이다.

⑥ 소득은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는 생각
경제학의 한계생산성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생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소득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에서 결정된 소득이 곧 ‘정당한 몫’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이론대로라면 토지나 자본을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큰 소득을 얻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소유주 자신은 생산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계생산성 이론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하는데 현실의 시장은 완전경쟁시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기업들은 독점을 통해 이득을 얻기도 하며 기업의 CEO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거액의 보수를 받아내기도 한다.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불평등 해결의 답은 정치에 있다
오래전 미국의 빌 클린턴은 대통령후보 시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 말은 당시 낮은 경제성장률로 힘들어하던 미국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사회의 다른 어떤 이슈보다 경제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경제 논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제구조는 달라진다. 경제학이 원래는 ‘정치경제학’인 이유다. 같은 자본주의국가라도 북구 국가들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까닭에 다른 나라들보다 평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불평등의 정도는 달라진다. 정치가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고 힘 있게 추진한다면 불평등 경제도 평등한 경제로 바뀔 수 있다.

불평등 문제에 관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분명한 사실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불평등을 줄이지 못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불평등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선진국에서 제도화되어 효과를 본 방법도 많다. 문제는 국민의 주권의식, 그리고 정치권의 실천의지다. 국민이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정치권은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까닭에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불평등이 가속화된다. 국민의 뜻이 모이고 정치권이 따라만 준다면 불평등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금수저·흙수저 식의 극단적 구분 짓기도 멈출 수 있다. 이 점을 우리 국민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 -198쪽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불평등 해결의 길로 정치를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이 불평등 해결에 앞장서야 하고, 그렇게 하도록 국민이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나선다면, 촛불시위에서 국민의 힘으로 탄핵을 이뤄냈듯이 불평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긴급히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저자소개

이정전
‘행복의 경제학’을 고민해온 경제학자. 경제학을 토대로 철학·사회학 등 인문학 전반을 교직하며 가정의 화목, 인간관계, 사회적 신뢰, 생태 등 ‘소득과 부’ 이외의 요소들이 인간의 행복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주목해왔다. 저자는 『주적은 불평등이다』에서 불평등 문제를 도외시해온 기존 주류경제학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하며, 불평등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치경제학의 최우선 과제임을 보여준다. 불평등은 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 모두가 불평등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한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했고 환경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 공공선택학회 회장, 경실련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 대통령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주요 저작으로는 『토지경제론』(1988), 『두 경제학의 이야기: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경제학』(1993), 『분배의 정의』(1994),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1995), 『토지경제학』(1999), 『환경경제학』(2000), 『경제학을 리콜하라』(2001),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2002), 『경제학에서 본 정치와 정부』(2005), 『우리는 행복한가』(2008), 『시장은 정의로운가』(2012),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2012), 『우리는 왜 정부에게 배신당할까』(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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