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과 반전의 대륙

도서명 역설과 반전의 대륙
저자명 박정훈
비고 정치·국제|336쪽|신국판|2017년 8월 25일
가격 15,000 원


도서소개

한국과 다르면서 같은 라틴아메리카,
그곳에서 발견한 변화의 비전


식민지에서 독립해 제3세계 국가로 출발, 독립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 군사쿠데타 후 독재정권을 거치며 인민들의 민주화운동, 민주화 이후에도 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정치적 대립 지속, 외환위기를 겪은 후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이어지는 사회갈등과 빈부격차 등의 부작용 발생…
어떤 나라가 연상되는가? 먼저 한국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정답은 한국 말고도 여럿이다. 바로 지구 반대편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역사도, 민족도, 문화도 판이한 대륙의 나라들임에도 말이다. ‘세계의 실험실’이라 불리는 대륙답게 온갖 정치・역사・사회 모델이 역설과 반전이 교차하는 가운데 등장했고 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조건에서 실행된 같은 ‘실험’들이, 어떤 결과는 우리에게 귀감으로 또 어떤 결과는 반면교사로 다가와 가치가 크리란 의미다.
그런데 브라질 삼바축구, 칠레산 수입와인, 페루의 잉카 유적, 쿠바의 카스트로 정도 떠올리는 게 고작 우리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과 이해 수준이어도 되는 걸까? 단지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이 있는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당장 우리의 유가 역시 흔들고, 브라질 닭고기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치킨 값이 뛰는 걸 피할 수 없다고 해서가 아니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한번 알게 되면 결국은 “홀딱 빠지게 된다”고 했던 대륙. 이 책은, 마찬가지로 18년째 거기에 ‘홀딱 빠져’ 살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오늘을 정치사회 중심의 10가지 테마에 담아 살피고 있다.

무지와 무관심에 가려진 진실
라틴아메리카를 세계의 변방이자 우리와 관계없는 대륙으로 간주하는 탓에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정보는 파편적이고 편향돼 있기 일쑤다. 최근 발생한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언론에서는 대개 부패로 인해 호세프와 노동자당이 몰락했다고 보도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사태의 진실은 노동자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던 우파정당들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연정에서 탈퇴하고 호세프를 탄핵한 것이다. 브라질은 원내정당이 20~30개에 이르러서 정당연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호세프가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자 부패세력으로 몰린 정치인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호세프의 탄핵 사유는 부패가 아니라 국영은행에서 돈을 빌려 국가재정으로 사용했다는 것으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단순히 부패문제로 보는 건 협소한 시각이다. 브라질 정당제도와 구조적인 정치부패의 문제를 알아야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인지할 수 있다.
오늘날의 쿠바에 대한 이미지도 얄팍하다. 아름다운 여행지, 그리고 국민들이 보트를 타고 탈출하는 망해가는 나라, 이렇게 양분돼 있다.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며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한다. 쿠바는 최악의 위기에도 사회복지투자를 늘리고, 의료와 교육 서비스 수준을 유지했다. 2008년에는 교육과 의료, 국민소득을 종합하는 인간개발지수에서 180개국 중 51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수십 년간 쿠바를 붕괴시키려고 숱한 시도를 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게다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여 그간의 일들을 사과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 쿠바가 체제를 유지하며 조금씩 개방과 발전을 이뤄가는 모습에 주목하면, 북한문제 해결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라틴아메리카가 보여주는 역설과 반전
우리는 흔히 ‘북유럽이 될 것인가 라틴아메리카가 될 것인가’라고 물으며, 라틴아메리카를 따라가서는 안 될 낙후된 대륙이라고 간주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오만이자 착각이며, 오히려 북유럽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배워야 할 점도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설’과 ‘반전’은,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준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마초문화가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라틴아메리카에는 여성정치가 활발하며, 여성 대통령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는 이혼한 여성이었지만, 2006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재선에도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코스타리카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여성정치에 대해서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를 부러워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가톨릭이 주된 종교이지만,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등 진보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인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는 ‘세상에서 가장 급진적인 대통령’이기도 한데 그는 동성결혼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마리화나 소비를 합법화하고 임신 12주 이내에는 상담과정을 거쳐 임신중절을 할 수 있게 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우루과이 말고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가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데,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보다도 앞섰다.
민주주의에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제도가 세계 전역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참여예산제와 경제사회발전위원회 등이 대표적인데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도 여기서 배워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룰라 대통령이 추진한 가족수당제도는 기본소득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제도로 꼽히며 각광받고 있다.
또한 대륙 전체 차원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동아시아에서는 아직 요원한 지역통합 모델을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남아메리카판 EU를 지향하는 남미국가연합UNASUR이나 라틴아메리카대륙과 카리브해 국가 33개국이 모인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가 그 성과물이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남미은행도 출범시켰다. 아직은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지만, 지역 내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에 대응하겠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다.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잘못된 선택과 행로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20세기 초엔 세계 8대 부자나라에 꼽혔지만, 2001년에 국가부도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천연자원이 아무리 풍부하고 땅이 비옥해도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걸 알려준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땅 덕분에 농축산물 수출로 부를 쌓았다. 그렇지만 토지는 소수의 대농장주에게 집중돼 있었고, 공산품을 죄다 수입해왔기 때문에 국내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많은 정부들이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는데, 대농장주들이 반발을 제어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이 수시로 뒤집힌 탓이다. 농산물 수출에서 나온 재원으로 산업화와 복지에 이용하기도 했으나, 토지소유구조에는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결국 “농축산업 발전은 소수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고, 산업화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 나머지 튼튼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브라질에서 최근 벌어진 일들은 정치인 개인보다 정치제도가 더 중요함을 알려준다. 브라질의 룰라는 재임시 87%라는 놀라운 지지율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정당이 20~30개에 달하는 정당제도를 개혁하지 못했다. 이런 제도적 한계로 인해 나중에 경제위기로 민심이 흔들리고 연정이 붕괴되자, 후임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과 당의 쇠락을 피할 수 없었다. 개인의 정치력과 카리스마가 아무리 뛰어나도 제도를 바꾸지 못하면 언제고 상황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차베스 사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도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라틴아메리카가 특이하며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별세계로 생각하며, 그래서 그저 ‘해외토픽’의 하나로 라틴아메리카의 일을 다루곤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라틴아메리카만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며 세계 어디에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여성정치와 민주주의, 포퓰리즘, 사민주의 복지국가, 진보정당, 소수자정치, 사회운동, 정치의 역할, 혁명, 미국과의 관계” 등 이 책에서 다루는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주요 과제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쉽게 생각해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한국보다 10~20년 정도 일찍 우리가 겪은 것과 동일한 신자유주의 개혁을 실시해 부작용을 겪고 대응에 나섰다. 그렇다면 그 경험에서 우리가 참고할 점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주요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우리에게도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저자소개

박정훈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멕시코로 건너갔다. 2000년에서 2007년까지 멕시코시티에 체류하면서 라틴아메리카 전문 프리랜서 기자로 일했다. 격변의 와중에 있던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취재하여 『한겨레21』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프레시안》 등에 기고했다. 귀국 이후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화도시 연구, 사회공공연구소에서 라틴아메리카 사례분석 연구를 수행하며, 『시사IN』 등에 기고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서강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정치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옮긴 책으로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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