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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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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이렇게 시작되었다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서 게이트까지
저자명 : 이진동
서지사항 : 정치|신국판|360쪽|2018년 2월 23일
가 격 : 16,000 원


도서소개

국정농단 보도의 개념설계자, 드디어 입을 열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년 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울려 퍼진 이 한마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헌재 결정문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K스포츠가 설립될 때 청와대가 개입하여 대기업으로부터 500억 원 이상을 모금하였다는 언론 보도가 2016년 7월경에 있었다”로 시작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느 언론도 ‘최순실과 국정농단’의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때, 이진동 기자가 지휘한 일명 ‘(퍼스트) 펭귄팀’이 2014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터트려간 보도들 중 <안종범 수석, 미르재단 500억 모금 지원>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렇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단연 언론들의 보도였다. 박근혜정권의 붕괴, 나아가 박정희체제의 종언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드라마, 이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이를테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절정’과 ‘결말’이다. ‘태블릿PC’ 보도를 한 JTBC나 ‘최순실 이름’을 끄집어낸 『한겨레』의 역할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작은 결말만큼이나, 아니 결말보다 더 중요하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왜 그렇게 끝났는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에서 어떤 방향을 잡느냐가 이후 경로와 종착점을 결정한다. 그래서 ‘첫 단추’는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절정과 결말 이전의 발단으로부터 흐름을 읽어올 때만이 비로소 국정농단 사태의 전모가 온전히 보이게 되며, 바로 이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촛불 혁명’의 불이 어떻게 댕겨졌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국정농단 사건 취재의 문을 어떻게 열어갔고, 그 보도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팩트를 발굴하고 확인해가는 기자 한 명 한 명의 ‘땀의 흔적’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펭귄 무리가 사냥을 하러 바다에 나갈 때 처음엔 바다 속의 포식자를 두려워해 다 주저한다. 그러다 용감한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면 다 뛰어든다. 맨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최고권력에 대한 취재라는 걸 알고도 처음에 뛰어든 기자들은 국정농단 사건을 알리는 ‘퍼스트 펭귄’이었다고 자부한다. ―머리말

어째서 1년 반을 기다렸을까? -‘스캔들’ 아닌 ‘게이트’로
그간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의구심을 자극한 내용 중 하나는, 저자 이진동 기자(펭귄팀의 지휘자)가 이미 2014년 말 최순실의 실체를 알고도 왜 2016년에 와서야 보도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시간차로 인해 보수 쪽은 물론 진보 쪽에서도 어떤 음모론을 품곤 했다. 탄핵 반대 세력은 아예 ‘기획 탄핵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이진동 기자는 ‘박근혜 죽이기의 설계자’ ‘기획 탄핵의 배후’ ‘빅브라더’ 등의 대단한(?) 호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저자의 답은 “‘눈길 끄는 한 방’보다는 탐사보도로 국정농단의 실체를 한꺼풀씩 벗겨내자는 것”을 목표로, 국정농단을 명백히 밝혀낼 수 있는 보도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자칫 최순실이 박근혜의 의상을 챙기고 청와대 행정관들을 부리는 CCTV영상만 폭로해서는 박근혜와 최순실이 절친이고 사생활을 관리해준다는 식의 스캔들이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2014년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박관천이 폭로한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이 흐지부지 묻혀버린 것도 저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언론들의 보도가 권력자의 사생활을 좇는 스캔들이 아니라,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게이트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저자의 이런 목적의식과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재 틀이 잡혀가면서 머릿속은 방대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로 복잡했다. 어떤 계기를 잡아 뭘 먼저 보도하고, 최순실은 언제 어떻게 등장시킬 건지가 관건이었다. 시작 단계에서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던 건 인사개입과 문화융성사업이었다. 수천억 원 혈세가 들어가는 예산을 최순실이 짜고, 그게 반영되고 집행됐다면 그야말로 ‘국기 문란’이었다. (…)
최순실의 힘으로 장관들이 바뀌고, 김종과 차은택 등이 최순실을 등에 업고 문화체육계 인사를 좌지우지한 행위도 국정농단으로 다룰 핵심 사안이었다. 예산농단과 인사농단, 그리고 기업 모금을 통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까지 취재 방향은 크게 세 갈래였다. 다만 이때만 해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움직인 막후의 연결고리들은 가설 단계였다.
그런데 덜렁 ‘최순실’부터 치고 나가면, ‘비선실세 최순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다른 농단 행위들은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묻힐지도 몰랐다. 또 최순실이 먼저 기사에 등장했을 때 과연 취재하고 있는 것들을 끝까지 살려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고영태의 표현대로 “최순실이 없으면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관계라면 청와대가 두 손 놓고 있지 않을 듯싶었다. 최순실을 끄집어내면 곧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최순실’은 목에 걸리기 쉬운 큰 떡이었다. 큰 떡을 먹기 편하게 잘게 썰거나 부드럽게 만들어 접근하는 전략을 펴야 했다.
최순실이 등장하기 전에 먼저 최순실의 하수인이나 최순실이 만들어낸 농단의 결과로 빚어진 사안들부터 하나씩 보도하는 것으로 구도를 잡았다. 고발할 대상들 주변에 그물을 쳐가면서, 마지막에 ‘이 모든 근원이 최순실이었다’는 식으로 풀어낼 계획이었다. 그래서 의상실 CCTV영상은 후반부에 나와야 했다.
―69~71쪽


어떻게 보도가 시작됐을까? -3단계의 로드맵을 그리다
그 타이밍은 2016년 상반기에 찾아왔다. 4월 29일 박관천의 석방, 청와대에서 최순실에게로 유출됐으리라 의심되는 문건을 확인해줄 사람이 나타난 셈이었다. 그리고 5월 말에 기획보도에디터로 발령받아 기획취재팀을 이끌게 되면서, 6월 10일 혼자만 간직하던 CCTV영상을 팀원들에게 공개하고 본격적인 ‘최순실 취재’를 시작한다.
저자는 국정농단 사건 보도를 열어가면서 크게 3단계의 로드맵을 그렸다. 1막은 국정농단 세력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고발하는 ‘그물치기’ 국면, 2막은 그 세력들의 배후에 있는 ‘최순실’을 드러내는 국면, 3막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규명하는 국면이었다. 최순실과 일당들이 저지른 국정농단 행위를 부인할 수 없게끔 드러낸 뒤에 그 모든 일의 주모자로 최순실을 등장시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정권이 애를 써도 최순실을 묻어버리지 못하리라는 판단에서다.
많은 이들이 7월 26일의 ‘미르재단 500억 원 모금’ 보도가 국정농단 보도의 첫 시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먼저 7월 6일 최순실의 하수인이었던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의 ‘박태환 올림픽 출전 포기 종용’이 첫 기사였다. 그 후 〈국가브랜드 연구개발에 68억원 ‘펑펑>(7월 7일) →〈대통령까지 시연한 늘품체조 사라졌다>(7월 11일)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행사마다 대통령 등장>(7월 13일) →〈안종범 수석, 미르재단 500억 모금 지원>(7월 26일)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미르재단’ 좌지우지>(7월 27일) →〈또 다른 재단인 K스포츠에도 380억 모아줬다>(8월 2일) →〈미르·K스포츠 회의록 판박이…배후는 동일인?>(8월 3일) →〈K스포츠·미르재단, 대통령 행사 동원>(8월 4일) →〈미르재단, 대통령 순방TF 참여…비선조직이었나>(8월 11일) →〈靑 교문수석은 외삼촌, 문체부 장관은 스승…차은택 카르텔>(8월 18일) 등으로 이어지며, 차츰 최순실과 박근혜를 향해 나아갔다.

왜 보도를 멈추었을까? -청와대의 압박과 알고도 못 쓴 기사들
그러나 TV조선의 보도는 8월 말 이후 끊겨버린다. 당시 청와대는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를 보도한 것을 빌미로, 『조선일보』를 매섭게 몰아친다. 미르·K스포츠 재단 보도로 끙끙 앓던 청와대가 이 문제에 정면대응 할 수 없으니까 우병우 건을 반격의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언론이 우병우에만 관심을 집중했지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TV조선의 보도도 ‘권력형 비리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청와대 공격용 보도’로 간주되었다. 어쨌든 청와대의 공격으로『조선일보』는 ‘부패기득권 언론’으로 몰리며 주필이 사퇴하고 사과문까지 1면에 싣기에 이른다.
그 이후 최순실을 드러내기 위해 준비한 기사들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펭귄팀은 JTBC가 10월 17일 보도한 ‘최순실의 이성한 회유’도 이미 8월 22일에 인지하고 있었고, 미르·K스포츠 재단의 실질적 주인이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정황도 파악하고 있었다. 8월 30일 박관천을 통해 최순실이 가지고 있던 문건이 청와대 것이라는 사실도 확인해둔 터였다. 게다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를 드러내줄 의상실 CCTV영상도 확보하고 있었지만, 이를 보도하지 못했다. 책에서 저자는 당시 국정농단 ‘보도 시점’을 둘러싼 내부의 진통과 청와대의 ‘사표 압력’ 등 외부의 방해 등에 대해서도 저간의 사정을 풀어놓고 있다

국정농단을 고발한 ‘진짜 의인’들 –‘의인’으로 변신한 기회주의자들도
국정농단 사건의 취재와 확산에는 ‘숨은 영웅’들이 있다. 저자는 국정농단 보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진짜 의인’으로 박관천과 여명숙을 꼽는다. 나중에 박관천은 “박근혜정권의 둑이 무너지는 소리를 처음 들은 건 JTBC의 태블릿PC 보도 3~4개월 전 TV조선의 미르·K스포츠 보도를 접할 때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명숙은 차은택 후임의 문화창조융합본부 본부장이었는데,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차은택 마음대로 집행된 것을 문제제기하다가 40일 만에 쫓겨났다. 여명숙은 취재 당시 게임물관리위원장이라는 공직 신분이었음에도, 취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차은택과 미르재단의 문제를 국정원 직원에게 고발하기도 했던 정의파다.(이 국정원 직원은 이 제보를 상부에 보고했다가 아프리카로 좌천되었다.)
검찰 간부 A도 빼놓을 수 없다. 고영태로부터 구한 의상실 CCTV영상을 방송에 써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난 이래, 여러 차례 법적 자문을 해주었다. 펭귄팀 말고는 유일하게 ‘최순실이 핵심’임을 알게 된 이였다. A는 청와대의 공격으로 TV조선의 보도가 주춤하자 『한겨레』 기자에게 ‘미르재단이 본질이며 배후에는 최순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겨레』에 최순실 취재팀이 꾸려졌으니, 국정농단 사건이 확산되는 데 A가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반면 책에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재를 훼방놓고 간계를 부린 이들의 모습도 생생히 담겨 있다. 그들은 뒤늦게 청문회와 언론을 통해 정보를 털어놓으며 사이다 발언의 ‘스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 ‘하수인’들과 자발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며 정의를 추구한 의인들은 마땅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어쩌다 언론불신시대가 됐을까?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시 확인하다
TV조선은 누구나 아는 보수 성향의 매체이다. 그런 매체에서 어째서 박근혜정권에 치명타가 될 보도가 시작됐을까? 저자의 답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자’이고 ‘언론’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 앞에서는 보수·진보가 나뉠 수 없다는 것, 언론의 기본 자세를 따른 것뿐이었다. 『한겨레』 취재팀을 이끈 김의겸 기자는 나중에 “TV조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미르재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펭귄팀의 보도가 없었다면 『한겨레』와 JTBC의 보도도 없었을 것이다. ‘촛불 혁명’의 불씨가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장은 아니니 말이다. TV조선 펭귄팀이 이룩한 국정농단 보도의 성취를 ‘진영 논리’로써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보수언론·진보언론을 떠나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이며 왜 이 사회에 기자가 필요한지를 일깨우는 계기였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는 절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에게도 반드시 해야 할 몫이 있다. 언론 불신시대라지만, 언론이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세상을 바꿔낼 힘도 갖게 된다는 점을 이 책은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저자소개

이진동: 1992년부터 한국일보에서 사회·경제·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다. 주로 사건(경찰·법조) 영역을 담당했고, 경찰기자들의 팀장인 시경캡을 지냈다. 2004년, 조선일보로 옮겨 탐사보도부와 사회부 기자를 거쳤다. 펜으로보다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헛바람이 들어 2008년 총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스타일이 정치와 잘 맞지 않아 일찌감치 ‘손절매’를 하고 다시 언론계로 돌아와, 2011년부터 TV조선에서 특별취재부장·탐사보도부장·기획취재부장·사회부장을 거쳤다. 기자들을 지휘하고 관리도 하지만 성에 안 차면 직접 취재에 나서는 ‘못된’ 버릇이 아직 남아 있다. 언론 본연의 역할은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고 굳게 믿는, 초년병 시절부터 선·후배들을 3차에 집으로 데려가는 간 큰 버릇을 여전히 못 버리고 있는 ‘구식’ 기자다. 주요 보도 기사로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1999) <안기부 자금 900억 신한국당 총선 지원>(2001) <진승현 게이트>(2001) <안기부·국정원 민간인 불법도청>(2005) <김흥주 게이트>(2007) <변양균·신정아 게이트>(2007) 등 대형 게이트 사건의 특종 보도들이 있다. 한국기자상 2회, 관훈언론상 3회, 삼성언론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TV조선 퍼스트펭귄팀은 국정농단 사건 보도로 2016년 3번의 ‘이달의 기자상’(9월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10월 <최순실 인사·예산 농단 및 대통령 사생활 관리 영상>, 11월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에 선정되었으며, 34회 관훈언론상(권력감시 부문)과 48회 한국기자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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